[탐사] 양봉의무자조금이 갖는 의미와 수단-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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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설명 : 2022년 1월 20일 오전 서울 2호선 순환선 11량의 전철 전칸에 천연꿀 광고만 빼곡하다]


종종 TV나 라디오 광고를 접할 때마다 무슨 자조금이라는 멘트가 나온다. 한돈자조금, 한우자조금, 우유자조금, 오리자조금, 김치자조금, 인삼자조금, 친환경농산물자조금 등이다.  

먼저 자조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용어의 의미를 알아야 한다. 자조금(自助金)은 한자어 自助金(스스로 자, 도울 조, 화폐 금) 그대로 소요되는 비용을 각 관련 소속원들이 스스로 부담하는 제도다. 그런데 스스로 비용을 마련하면 정부가 이에 상응하는 매칭금액을 많게는 100%에서 적게는 수십% 가량 보조해 준다. 

또한 자조금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우리말 사전에서도 찾기 어려운 醵出金(거출금)이라는 법률용어도 알아야 한다법률용어인 거출금의 醵(갹 또는 거)라는 한자는 추렴할 갹’ 또는 추렴할 거라고 읽는다자주 듣는 말로는 '갹출금이 있다한 목적(目的)에 대()하여 여러 사람이 각기(各其) 내는 금품(金品)을 말한다.  

자조금은 세부적으로 다시 두 종류로 나뉜다. 임의자조금과 의무자조금이다. 임의자조금은 말 그대로 내고 싶은 사람은 내고, 안 내고 싶은 사람은 안 내도 된다. 그런데 임의자조금 단계를 거치고 나면, 의무자조금으로 넘어갈 수 있다. 의무자조금은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강제적으로 납부해야 하는 준조세 성격이 강하다. 

양봉(養蜂)은 축산가축인 벌을 기르는 축산업이기 때문에 양봉업계는 축산법이 적용된다. 그러므로 축산자조금의 조성 및 운용에 관한 법률’(약칭: 축산자조금법)에 정의되어 있는 축산자조금(畜産自助金)이란 축산물의 안전성을 제고하고, 소비를 촉진하는 등 축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하여 축산업자가 납부하는 금액을 주요 재원으로 하여 조성ㆍ운용되는 자금을 말한다라는 법률에 따라 자조금은 엄격하게 관리된다. 

자조금을 정부가 이렇게 관리하는 이유는 정부가 보조하는 매칭 醵出金(거출금) 때문이다. 쉽게 10억원을 소속원들이 스스로 모으면 정부가 동일 금액인 10억원을 정부 재원 거출금으로 보조하기 때문에 자조금은 임의자조금이든 의무자조금이든 정부가 법률로 엄격하게 관리한다. 그래서 축산자조금 중 하나인 양봉자조금도 현재 농림축산식품부 축산경영과가 소관 부처다. 

양봉자조금은 2009년부터 현재까지 당국의 관리하에 한 양봉농가당 3만원의 자조금을 양봉자조금관리위원회에 자발적으로 납부하는 임의자조금 형태로 운영되어 왔다. 

설립 목적은 자발적으로 조성한 기금으로 국산 벌꿀에 대한 불신 해소와 양봉산물의 품질·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대국민 홍보와 교육에 쓰기 위해서다. 

그러던 중 한국양봉협회는 2021년 제4차 이사회에서  '양봉 의무자조금 확대개편안을 통과시켜, 임의자조금을 의무자조금으로 확대개편하는 안을 마련하고, 각 양봉관련단체들과 함께 소관부처의 승인을 위한 소명과정을 진행 중에 있다.

2020년 양봉임의자조금 거출액은 약 1억 8000만원에 그쳤는데준조세 성격인 의무자조금으로 바뀔 경우 연간 사육되는 꿀벌을 약 150만군으로 추정한다면 매년 거출되는 의무자조금액은 75,000만원 내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양봉자조금관리위원회는 이 재원으로 공중파 TV와 지하철 광고 등에 양봉산물의 효능·효과 등을 홍보한다. 또한 유통 투명화를 위한 농가 공동브랜드 인증 및 스티커, 박스 등의 지원과 교육 및 정보제공을 위한 양봉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책자, 홍보책자 등을 제작하여 배포하는 용도로 운용하기도 한다.

더불어 양봉직불금 도입 연구 용역이나 등검은말벌 피해 저감 연구 용역 등 각종 조사·연구를 안정적으로 진행하기도 하고, 허니데이(벌꿀의날)행사, 1회 양봉요리대회 등도 시작해서 2년 연속 벌꿀흉년으로 침체된 양봉산업의 붐을 조성하는 대국민 캠페인을 벌이기도 한다. 

이를 위해 작년의 경우 2021429일 양봉자조금관리위원회는 양봉자조금 홍보대행업체 선정공고를 내고, 자조금 15천만원을 입찰에 부쳤다. 

양봉자조금관리위원회가 지난 십수 년간 양봉자조금을 통해 우리나라 소비자들에게 벌꿀 인식개선을 위한 대국민홍보와 교육에 일조한 면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양봉의무자조금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지난 십수 년간 넘어야 할 큰 산이 있었다. 

양봉자조금의 목적도 좋고 지난 기간 수행해 온 사업도 우수했지만 양봉업계는 다른 축산업계와 다른 점이 있다. 바로 양봉인들로부터 의무자조금을 거둬들일 도축장과 집유장이 없다는 것이다

202112월 기준으로 전국에는 한우 등을 도축하는 포유류 도축장 85개소와 닭, 오리 등을 도축하는 가금류 도축장 46개소가 있다. 또한 우유의 경우 각 젖소목장에서 우유를 착유해서 모아오는 집유장이 전국에 55개소가 있다. 

이들 도축장과 집유장은 의무자조금을 낸 증빙이 없으면 도축이나 우유판매를 위한 공정을 진행해 주지 않는다. 의무자조금은 준조세 성격이 강해서 이를 어기고 무임승차 할 경우는 이에 따른 제제를 가할 수 있다. 농업의 경우도 사과, , 감귤, 복숭아, 포도, 단감, 키위 등 7대 과수의무자조금을 시행하고 있는데, 의무자조금 미납농가는 정부 정책지원사업에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양봉업은 도축과정이나 집유과정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2020828일부터 시행된 양봉산업법에 따라 양봉장 신고만 하면 얼마든지 양봉산물을 법적인 제제없이 개인적으로 판매할 수 있다. 그러므로 양봉업에서는 의무자조금을 과세할 장소나 대상이 명확하지 않다. 차선책으로 모든 벌꿀은 액체로 용기에 담아 판매하니까 꿀병이나 프라스틱 벌꿀 담는 용기 자체에 의무자조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왔다.  

그러나 자조금은 정부의 거출금 매칭보조사업으로 법률에 과금대상과 내용이 정확하게 명시되어야 하고, 의무자조금은 더욱이 준조세의 성격이라조세법률주의라는 헌법상의 원칙 안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더군다나 2년 연속 꿀흉년을 당한 양봉농민들에게 양봉산업법에 따라 신고의무를 이행하게 해 놓고, 그 꿀벌 군(群)수 정보를 이용하여 이 기회에 준조세인 의무자조금을 갹출하겠다는 발상(發想)은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과연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 할 수 있을까 ? 그럴 수 없다. 목적 못지 않게 그 목적에 이르는 절차와 과정을 중시해야 한다는 것은 역사의 교훈이다.  

미국의 보스톤 차사건과 독립전쟁, 프랑스 대혁명, 영국의 대헌장(마그나카르타) 등의 공통점은 의견수렴이 제대로 되지 않고 불공평한 세금과 그에 따른 과중한 부담이 민중들의 봉기를 이끌어 낸 가장 중요한 원인이었다

계속 설립되고 있는 양봉관련 법인단체들 간의 사심없고 정략적이지 않은 대표없이 과세없다라는 현대 조세의 대원칙이 지켜지길 기대해 본다. [한국양봉신문 = 유성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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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명(疏明) : 
까닭이나 이유를 밝혀 설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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