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월동준비와 봄벌 깨워서 꿀을 따기 위한 시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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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9-26

(사진설명 : 설탕물을 9월에 지속적으로 공급하면 위쪽에 설탕꿀을 채워 밀개하고 하단에는 산란을 하게 된다.)
‘백로(白露)벌이 봄까지 간다’라고 말한다. 백로는 일교차가 커지면서 흰이슬이 맺히는 절기로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추분(秋分) 바로 전 절기다. 올해는 지난 9월 7일이었다.
일벌의 삶을 알아야 벌을 제대로 키우고 겨울 월동도 준비할 수 있다. 일벌의 수명은 4주에서 최대 12개월이다. 보통 일하는 수집벌(외역벌), 즉 여름벌의 수명은 4주뿐이다. 그러니까 무슨 일을 하느냐, 얼마나 힘든 노동을 하느냐에 따라 일벌의 수명이 짧아진다. 9월 백로후 태어난 벌은 6개월이 지난 다음해 봄까지 생존할 수 있다. 겨우내 활동을 안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양봉가들은 10월동안 설탕물을 최대한 공급해서 벌집소비가 먹이로 가득차게 만든다. 그러면 여왕벌이 산란할 공간이 없어서 산란을 멈추게 되고, 일벌들 역시 새끼를 키우는 일을 하지 않고 힘을 비축하면서 내부 소비장에 밀개된 먹이를 먹으며 내년 봄까지 봉구(벌들이 공처럼 뭉쳐서 온도를 유지하는 자세)를 만들어 한겨울 추위를 이겨낸다. 소비에 밀개된 충분한 먹이가 없으면 봄에 벌통을 열어보면 모두 굶어서 죽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내년 봄이 돌아와 온도가 올라가서 여왕벌이 다시 알을 산란하기 시작하면 그 알들의 온도를 그때까지 생존한 봄벌들이 35도까지 높여야 알이 부화되고 애벌레가 된다. 부화된 후 애벌레에게 로얄제리와 꿀을 먹여서 키우는 일 역시 봄벌들의 몫이다. 봄벌들이 많이 있어야 여왕벌은 알을 많이 산란한다. 알과 애벌레를 돌볼 일벌(유모벌)들이 없으면 여왕벌은 알을 낳지 않는다.
그러니까 겨울을 나기 위해서는 평균 소비 4장정도의 벌이 가득 태어나 있어야 서로 봉구를 이루어 한겨울 추위를 이기고 내년 봄 여왕벌이 낳은 알들을 부화시키고 돌볼 수 있는 것이다. 4장보다 적어도 겨울은 날 수 있지만 그러나 내년에 알들을 부화시키고 돌볼수 있는 충분한 일벌의 양이 되지 못해 내년 꿀농사를 망치게 된다. 그래서 10월이 되기 전에 양봉가들은 적은 양의 벌들은 서로 합봉하여 강군을 만들어 겨울 월동에 들어간다. 그리고 벌통 외부를 꽁꽁 싸매고 11월 중순부터 내년 2월초중반까지 드디어 양봉가들은 한가로운 방학을 맞이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아까시나무 꽃은 남쪽 완도에서 5월 6일경부터 강원도 양구 5월 20일까지 16일간 정도에서 약 2주일에 걸쳐서 핀다. 즉, 전 국토에 5월중 보름정도 내외로 아까시 나무 꽃이 개화되었다가 순식간에 지고 마는 것이다.
중부지방 용인, 아산, 충주를 기준으로 5월 10일 아까시나무 꽃이 만개한다고 가정하고 꿀을 딸 수 있는 꿀벌군을 어떻게 양성해야 할까?
밖에서 꿀을 물어오는 외역벌은 벌통 안에서 육아와 여러가지 벌통 안에서의 일을 담당하는 내역벌을 거친 후 즉, 태어난지 18일정도가 지난 꿀벌들이다. 그리고 여왕벌이 알을 낳아서 성충 일벌이 태어나는 데는 21일이 소요되므로, 이들 내역벌 기간 18일과 성충일벌이 태어나는 기간 21일을 합치면 총 40여일은 반드시 거쳐야 외역벌이 된다.
그러므로 아까시나무 개화기인 5월 10일에서 40여일 전인 4월초까지는 반드시 알이 산란돼 있어야 한다. 3월말에서 늦어도 4월 초순까지 여왕벌로 하여금 질병없이 집중적으로 산란하게 만드는 것이 전문 양봉가들에게는 봄벌을 깨운 후 아까시꿀을 위한 전쟁준비다.
그렇다고 3월말이나 4월초까지 여왕벌이 산란하는 것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꿀을 따기 위해 단상 6-7매, 계상(2층 벌통)에 8~9매 총 15매에 벌들을 가득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즉, 벌통을 빨리 단상 위에 계상(덧통)을 올려서 꿀을 딸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다. 단상에 6매벌(소비 1광당 약 2,200마리 일벌)이 꽉 차게 만들고 계상(덧통)을 올려서 전체 꽉찬 15매 벌을 만들어야 아까시꿀 전쟁에 나설 수 있다. 관건은 언제까지 계상을 올려야 하는가 하는 문제다.
아까시나무 꿀을 뜨기 20일~1개월전에는 반드시 계상(이층 덧통)군이 올라가야 한다. 즉, 중부지방 기준 4월 10일~20일 내외로 계상을 올리면 그래도 꿀을 딸 수 있는 자격군은 만드는 셈이다. 계산대로라면 3월말에서 4월 초순까지 산란된 알들에서 나온 벌들만이 그해 아까시 벌꿀을 가져올 수 있는 외역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런 계획하에 양봉가들은 늦어도 내년 2월초까지 월동 봄벌들을 깨워서 2, 3월에 최대한 산란을 받아 아카시나무 벌꿀 전쟁에 나설 채비를 갖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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