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낌없이 주는 나무' 아까시나무가 죽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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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4-21

1960~70년대 산이 황폐해서 토양에 양분이 부족했던 시절, 속성수로 아까시나무만한 것이 없었다. 아까시나무는 목본이지만 콩과(科) 식물이다. 콩과 식물이라 공중의 질소를 고정하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나무 뿌리의 혹을 통해 땅을 비옥하게 하는 질소비료 공장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토양에 양분이 부족하더라도 공기 중의 양분(질소)을 흡수한 뒤 뿌리에 저장해 잘 자라는 특이한 '질소 고정식물'로 연료용으로도, 사방용으로도 말그대로 안성맞춤이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맹아력이 뛰어나서 번식력이 강한 아까시나무는 산을 망친다는 이유로 수종개량을 당해서 대부분 벌목당하는 처지에 놓였다. 또한 속성수이기 때문에 오래 살지 못하고 자연도태 되는 경우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5월의 향기는 누가 뭐라고 해도 전국 산과 들에 피는 아까시나무 향기다. “동구 밖~ 과수원길~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네~”로 흥얼거리던 노랫말도 우리들의 동심을 자극한다. 5월이면 아까시나무 향기와 흰색 꽃이 전국에 흩날리는 모습은 장관이다.
아까시나무 꽃은 사람 뿐 아니라 벌들도 매우 좋아한다. 우리나라의 아까시나무 꿀은 당도, 투명도, 영양가면에서 세계적으로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한국양봉협회의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연간 벌꿀 생산량 중 70% 이상이 아까시나무를 밀원으로 한다는 통계가 말해 주듯 우리나라에서 아까시나무 꿀을 빼고 양봉업을 말한다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다.
물론 최근에는 목재로도 효용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목질이 치밀하고 단단하며, 수분 함량이 적어서 습기에 강하고 잘 썩지 않는 특성 때문에 유럽에서는 고급 인테리어재로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아까시나무처럼 다재다능한 역할을 하며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전 국토에서 쇠퇴기를 맞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아까시나무를 쓸모없는 나무라고 천대해 왔다. 황폐했던 우리나라의 산림을 비옥하고 푸르게 만든 일등공신이었고, 양봉업의 중심을 잡아 주었던 아까시나무는 이제 풍성했던 몸통은 죽어버리고, 뿌리에서 올라 온 맹아지만 살아 올라와 힘겨운 생명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마저도 황화현상이나 병충해로 인해 고사되고 있다. 아까시나무 꿀 채밀이 현저하게 줄어가는 이유도 바로 이런 이유가 크다.
이제부터라도 산림청과 지자체가 협력하여 아까시나무를 비롯한 밀원수를 전략적이고 체계적으로 식재해야 할 때다. 그리고 산림청 산하 국립산림과학원에서도 밀원수에 대한 보다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전략을 산림청과 각 지자체에 제시해서 막대한 예산이 투자되어 추진되고 있는 밀원단지 조성이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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